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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영공학

산업공학과 사회과학

by 제이제이. 2025. 2. 10.

이번 글에서는 산업공학과 사회과학에 대해 작성하겠습니다.

 

 산업공학은 사회과학과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는 공학이다. 특히, 경영학과 경제학은 산업공학은 유사한 주제와 관심을 공유하고 있다. 흔히 산업공학을 '공학 안의 경영학'으로, 산업공학과를 '공학 안의 경영대'라고 부르는 것도 그러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주제를 다룬다고 해도 공학과 사회과학은 접근 방향과 분석 방법이 다르므로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킬 염려는 없다. 하지만 산업공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1) 공학과 사회과학의 분리

 그렇다면 공학과 사회과학은 어떤 관계를 유지해 왔을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넓은 의미의 과학기술과 사회과학, 좁은 의미의 공학과 경영학은 오랫동안 서로 분리되어 독립적인 영역을 다루어왔다. 왕조시대의 유교적 가치관과 봉건적 사회제도는 문과가 이과를 지배하는 이중구조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근대의 교육제도에서는, 직업가치와 사회계급의 우열은 사라졌다고 해도 고교 시절의 어린 학생들을 문과와 이과로 나누어 서로 다른 길을 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대학에서도 서로 간의 학문적 교류가 거의 없었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업무의 연계나 인력의 이동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공학과 사회과학의 분리는 근대과학의 태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학문 분야, 즉 학제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에 일어난 과학혁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와 개념주의에 대한 비판적 사고에서 출발하여, 사람들은 실증에 의한 보편적 지식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신의 섭리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적 활동으로 얻은 것이 바로 지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지식의 원리를 선험적인 종교나 철학이 아니라 경험적인 과학에서 찾게 되면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서 출발하여 뉴턴에 의해 완성된 근대과학이 등장하였다. 비로소 학문이라는 분야가 종교로부터 완전히 결별하여 하나의 독자적인 체계이자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근대과학은 18세기를 거쳐 19세기 초에 이르러 실험적 근거를 강조하는 자연과학과 관념적 사고에 기초한 인문과학으로 나뉘면서, 자연과학을 지칭하는 'science'에 대비하여 인문과학은 'arts' 또는 'letters'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다. 19세기 후반에는, 한편으로는 자연과학의 산업적 응용을 위한 다양한 공학이 만들어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문과학의 사회적 연계를 지향하는 사회과학을 생겨났다. 비로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학제의 전체적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확대의 과정에서도, 처음부터 뿌리가 달랐던 공학과 사회과학은 여전히 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떨어져 있었다. 이러한 차이의 근본적인 원인은 두 분야가 다루는 지식 자체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서구의 근대과학은 이른바 데카르트적 이원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자연과 인간','물질과 정신','자연계와 사회계'는 엄격히 구분할 수 있고 서로의 지식 자체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사고방식을 유지하여 왔다. 동양철학에도 이와 유사한 이론의 뿌리가 깊이 존재하였다. 따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학기술을 hard science, 사회과학을 soft science라는 두 개의 거대한 영역으로 분리하는 사고가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이 차이를 가장 간명하게 설명하는 이론으로는 이른바 '블랙박스 이론'을 들 수 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어떤 시스템의 변화를 투입 -> 변환 -> 산출의 세 단계로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파악할 때, 경제학자(경영학자)와 공학자의 관심이 각 단계에서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즉, 경제학자는 가시적으로 그 수준과 성과가 나타나고 따라서 정략적으로 그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투입과 산출 과정의 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데 반해, 공학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부의 변환 과정, 즉 블랙박스를 다룸으로써 둘 사이에는 사고방식과 의식 체계의 차이뿐 아니라 학문의 내용과 방법의 차이가 존재해 왔다는 주장이다.

 

2) 공학과 사회과학의 연계

  20세기 중반까지 세분화 내지 독립화의 과정과 전통을 유지하던 과학기술과 사회과학은,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학제 간의 '연계'를 모색하게 된다. 오늘날에도 진행되고 있는 일차적인 연계의 움직임은 사회과학 내에서 독립적인 학제 간의 연계, 또한 과학기술 내에서 독립적인 학제 간의 연계라는 제한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공학 내에서 세분된 학과들이 통합적인 학부로 재편되거나 관련 학과가 공동으로 연합전공으로 구성하거나 하는 것은 이러한 추세의 대표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이차적인 연계는 더욱 근본적인 구조조정의 모습을 보인다. 그 이유는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기술 분야 간 융합 현상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와 미래 기술에 대한 예측은 한결같이 경제 사회구조의 변혁과 함께 첨단기술과 사회과학의 융합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회과학과 과학기술 간의 결합을 통해 아예 새로운 학제를 만들어 보는 가능성을 찾고 있다. 여러 분야가 모여 융합학과를 신설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기술과 사회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사회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기술을,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한 학문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산업공학은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대표적 분야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산업공학은 본질적으로 학제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성장과 발전 과정에서 끊임없이 사회과학과의 연계와 융합을 추구하여 왔다. 또한 공학과 사회과학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도 수행하여 왔다. 이러한 산업공학의 본질적 특성과 독특한 위상은 학문 간의 융합이 진행될수록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3) 산업공학과 공학도

  산업공학의 본질적 특성이 다른 공학과 다르다 보니, 산업공학도는 넓게 조망하는 망원경적 시각과 깊게 이해하는 현미경적 지식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한마디로 다기능 관리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산업공학의 시스템과 모델에 대해 작성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