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 이어서 작성하겠습니다.
3) 서비스공학의 부상
초기의 산업공학은 당연히 제조공정의 효율적 관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공학의 기본 원리와 기법들이 제조업 이외의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산업공학의 범위는 크게 넓어지게 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서비스 산업이다.
서비스공학(service engineering)이 관심을 끌기 시작한 초기에는, 주로 서비스시스템과 서비스 프로세스의 설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서비스시스템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올리는 기법도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그러다가 그 범위와 영역이 점점 넓어지면서, 서비스전략과 서비스 마케팅에 대한 얘기도 포함되고,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과 비즈니스 모델의 설계 문제도 다루기 시작하였다. 오늘날의 산업공학은 제조 분야 못지않게 서비스 분야에 대한 이론과 실무도 균형적으로 다루고 있다.
4) 시스템공학의 등장
산업공학의 본질적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시스템 접근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앞에서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초기의 산업공학은 '크고 복잡한' 경영조직, 특히 생산조직을 대상으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그 조직이 점점 더 커지고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조직의 구조나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조직을 전체와 부분으로, 내부와 외부로, 상위와 하위로 나누어 보는 접근이 등장하였다. 여기서 '시스템'이라는 용어가 나오고 시스템 개념을 바탕으로 조직을 설계, 분석, 운영하는 시스템공학이 태동하였다. 다른 공학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산업공학이야말로 가장 전형적인 시스템공학의 특성을 보인다. 경영시스템 내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하고, 나아가 경영시스템 내부와 외부환경과의 인터페이스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산업공학의 접근방법도 시스템의 원리나 특성을 반영하는, 이른바 시스템 접근을 강조하게 되었다. 오늘날 많은 대학에서 산업공학과를 산업시스템공학과로 부르는 것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5) 산업경영공학으로 확대
오늘날 산업공학의 범위는 기업 내부의 경영시스템에 머물지 않고 기업을 둘러싼 외부의 시장, 산업 나아가 글로벌 마켓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 과정에 생산자의 전문성뿐 아니라 고객과 사용자의 의견과 지식도 반영해야 한다. 또한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전략적 분석도 중요하고, 생산 부문뿐 아니라 마케팅 부문, 재무 부문, 인사 부문 등에 대한 이해와 지식도 요구된다. 공학과 사회과학, 특히 경영학과의 연계가 강조되고 있다.
예전부턴 산업공학을 종종 공학 안의 경영학이라고 하였지만, 최근에는 아예 산업경영공학이라고 부르는 일도 흔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산업공학이 경영학과 비슷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산업공학은 엄연히 공학이고, 따라서 경영학과 비교하여 주제의 공통성은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접근방법은 다르다. 하지만 두 분야의 접점이 넓어지고 융합의 대상이 늘어나는 추세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세대별 변화 : 산업혁명> 과학적 관리> 산업공학> 오퍼레이션리서치> 산업시스템 공학> 산업경영공학
6) 공학 학제의 진화 과정
그렇다면 공학 안에서 산업공학의 위상은 어디에 있으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 공학이 본격적인 학제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산업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확산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연과학의 산업적 응용을 위한 다양한 공학이 생겨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문과학의 사회적 연계를 지향하는 사회과학이 생겨났다.
공학의 시작은, 18세기의 기존의 군사공학과 대비되는 뜻으로 민간 공학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그 이전까지의 공학은 주로 사관학교와 같은 군사교육기관에서 전쟁의 수행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따라서 그때까지의 공학은 군사공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였다. 그러다가 군사공학에서 개발된 기술과 실무적 경험들이 민간인들의 일상생활에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민간 공학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활용된 기술의 내용과 용도는 주로 도로나 건물을 짓는 일, 관개수로를 건설하는 일 등에 집중되었다. 따라서 민간 공학은 곧 토목공학을 가리키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 후 수학이나 물리학의 응용을 통해 기계공학과 전기공학이 출현하였고 화학을 바탕으로 화학공학이 등장하였다. 비로소 토목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 화학공학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4대 공학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이후 주요 산업 분야별로 특화된 공학들이 추가로 만들어지고, 정보이론, 제어이론 등을 통대로 컴퓨터 관련 공학들이 생겨나면서 오늘날의 공학 학제가 완성되었다.
여타 공학에 비해 산업공학은 비교적 늦게 만들어진 신생 학문이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 관련된 공학들이 만들어진 후, 그 분야의 생산시스템이나 경영시스템이 점점 크고 복잡해지면서 시스템의 설계, 분석, 운영 등의 지식이 필요해짐에 따라 생겨난 학문이기 때문이다. 학제가 만들어진 시점은 늦었지만, 관련 학제 간의 네트워크가 가장 넓고 단단한 것이 산업공학이기도 하다. 모든 공학에 다 연결되어 있고 또 산업 간의 연결고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가 산업공학을 '모든 공학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산업공학과 사회과학에 대해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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