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율적 공장과 분업 개념의 등장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산업공학이라는 학제가 만들어진 것은 20세기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그 씨앗은 18세기 말 영국에 세워진 근대적 공장의 생산관리에서 파종되었다. 이 시기에는 자본과 기계가 합쳐지면서 기존의 수공업 공장들이 대규모의 기계화 공장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면서 생산공정의 관리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예를 들어, 산업혁명의 주역인 제임스 와트와 그의 사업 파트너였던 매튜 볼턴이 운영하였던 기계 제작소는 시대를 100년 정도나 앞선 '효율적인 공장'의 파격적 모습을 보여 주었다. 생산계획의 기본 원리, 공정관리의 효율화, 작업 방식의 표준화 등의 혁신적 활동들을 이미 전개하였다.
비슷한 시기(1776)에 애덤 스미스와 같은 경제학자들이 제시한 '노동의 분업'이라는 개념은 산업공학의 또 다른 기반을 제공하였다. 분업의 원리는 매우 단순하고도 분명하다. 모든 작업자가 생산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혼자서 다 하지 말고, 여러 개의 과업(task)으로 잘게 나눈 후 한 명의 작업자가 한 가지 과업만 전담하게 하면 일을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고 작업의 효율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분업의 효과는 개념과 이론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실제의 생산 현장에서 확인되었다. 찰스 배비지는 영국과 미국의 생산 현장을 직접 관찰하고 조사하여 분업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으며(1835), 그의 연구 결과는 나중에 근대적 공장관리의 기본 원리(Babbage principles)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작업자의 기능(skill)이 향상되는 효과이다. 둘째는, 한 가지 작업에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 도구를 사용하는 효과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산업공학이라는 개념과 용어가 만들어지기 전이기 때문에 이러한 지식과 경험을 산업공학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산업공학의 씨가 뿌려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과학적 관리의 혁신
18~19세기에 걸쳐 뿌려진 씨앗은 20세기로 넘어오면서 결실을 보기 시작한다. 또한 산업공학이라는 새로운 공학 분야의 중심지도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이 프레더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의 원리(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이다. 테일러는 개념적 이론이 아니라 실습과 실험을 바탕으로 작업을 수행하고 설비를 관리하는 과학적 원리와 기법을 개발하였다. 여기서 '과학적'이라는 말의 뜻은 곧 '표준화된 규칙(rule)'을 의미한다. 사실 그 이전까지 생산까지 생산 현장에서 이루어진 방식은 한마디로 주먹구구식이었다. 그러나 테일러는 일을 하는 기준과 절차는 '표준화'하는 원리를 제시하였다. 이 원리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 작업의 내용을 하나의 과업으로 설정하고 각각의 과업을 수행하는 방식과 절차를 규격화 및 표준화하여 생산성을 올린다.
둘째, 작업의 시간과 동작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직무를 표준화함으로써 작업의 능률을 향상한다. 셋째, 이러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 차별적인 성과급제도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이 원리는 단위당 생산비를 획기적으로 절감시킨 대단한 혁신이었다. 이러한 공헌을 기려서 이 방식을 테일러시스템(Taylor system)으로 명명하고, 테일러는 '산업공학의 아버지'로 부르고 있다.
테일러의 원리는 다양한 후속 연구로 이어졌다. 프랭크 길브레스와 릴리안 길브레스 부부는 작업의 방법과 작업의 측정에 관한 이론 및 기법을 개발하였다. 산업공학의 전통적 주제의 하나의 작업관리(work study)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헨리 간트는 생산 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각적 도구인 갠트 차트를 제시하였다. 이들은 모두 초창기에 산업공학의 기반을 닦은 선구자들이다.
- 품질관리에 대한 연구
품질관리(Quality Control : QC)도 산업공학의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한 주제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모든 생산 제품에 대해 품질검사를 실시하는 전수검사 방식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이 방법은 비과학적이었으며 막대한 검사 비용이 들었다. 게다가 생산량이 많이 늘어나면서 모든 제품의 품질을 검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20년대 벨 연구소의 슈하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품질 관리도(control chart)였다. 1920년대 말에는 닷지(Dodge)와 로믹(Roming) 등에 의해 표본추출검사(acceptance sampling) 기법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성과를 통해 통계적 품질관리(Statistical Quality Control : SQC)가 산업공학의 중요한 주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
- 작업 심리에 대한 연구
1920~30년대에 걸쳐 이루어진 작업환경의 실험과 연구는 작업자, 즉 인간에 관한 지식을 산업공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이 기간에 웨스턴 전기회사의 호손 공장에서는, 하버드 대학교의 마요 교수가 중심이 되어 작업장에서의 실험, 작업자에 대한 관찰, 근로자에 대한 심층 면접 등의 방식을 이용한 현장 연구가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 작업능률에는 작업의 물리적 조건보다는 심리적 요인과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연구는 산업공학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물론, 나아가 현대 인사관리의 발전과 산업사회학이나 조직이론의 태동에 중요한 계기가 마련하였다.
다음에는 학제의 형성과 산업공학의 성장과 변화에 대해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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