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업의 정의와 분류
원래는 전문용어에 가깝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거의 생활 용어로 이해하고 있는 단어 중에 '거시적이다' 또는 '미시적이다'는 표현이 있다. 거시적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크고 넓다는 뜻이고 미시적이라는 말은 작고 좁다는 뜻이다. 망원경으로 태양계를 관찰하는 것이 거시적이라면 현미경으로 나노의 세계를 분석하는 것이 미시적이다. 경제학을 생각해 보면,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국가 재정, 실업과 인플레이션 등과 같이 국가 경제 전반에 관한 큰 문제를 다루는 분야를 거시경제학이라고 하고, 반면에 수요와 공급, 소비와 생산과 같이 개인이나 기업에 관한 작은 문제를 다루는 분야를 미시경제학이라고 한다.
본질적인 성격으로 본다면, 산업공학에서 주로 다루는 경영시스템은 미시적인 성격이 강하다. 국가나 사회 전체보다는 기업, 사람과 같이 작은 대상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보면, 경영활동은 사업 활동의 일부이며 또한 경영조직은 사업 조직의 일부로 존재한다. 따라서 산업공학에서 종합적인 시스템 접근을 하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경영시스템에 대한 이해에 앞서 거시적인 산업이나 시장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더구나 대부분의 공학은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은 기계산업과, 조선공학은 조선사업과, 화학공학은 화학산업과 뗄 수 없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산업공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렇다면 아주 단순한 질문부터 던지고 시작해 보자. 도대체 산업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산업이라는 용어를 듣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산업이라는 용어의 정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공학도들에게 있어 기술 분야라는 개념은 잘 알려졌지만, 산업 분야라는 개념은 낯설게 느껴진다. 도대체 산업이란 무엇인가? 그 많은 다양한 산업은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공학과 산업은 어떻게 관련되어 있으며, 공학 기술의 분류체계와 산업의 분류체계는 어떻게 연계시킬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1) 산업의 정의
산업의 정의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통계청에서 발간한 <표준산업분류>에서 산업이란 '유사한 성질을 갖는 산업활동에 주로 종사하는 생산 단위의 집합'으로 정의되며, 여기서 산업활동이란 '각 생산 단위가 노동, 자본, 원료 등 자원을 투입하여, 재화 또는 서비스를 생산 또는 제공하는 일련의 활동 과정'을 뜻한다.
그러나 위에서 말하는 산업의 정의는 피부에 와 닿지도 않고 심지어 모호하기까지 하다. 실제로 산업을 정의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준은 산업을 바라보는 개인이나 조직의 관점과 목적에 따라 다르다. 특히, 시장을 공부하는 경제학자들의 견해와 기술을 공부하는 공학자들의 견해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 두 분야에서 생각하는 기준과 정의는 무엇이 다를까? 이 차이를 토대로 산업의 정의를 살펴보자.
- 경제학적 정의
먼저 경제학자들이 정의하는 산업은 수요 중심적이고 시장 중심적이다. 한마디로 산업을 '수요자들이 같거나 비슷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서로 바꾸어 구매하거나 사용하게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모아 놓은 집합'으로 정의한다. 취향이나 구매력의 차이에 따라 사람들은 큰 차를 사기도 하고 대신 작은 차를 사기도 한다. 또 승용차를 사기도 하고 SUV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차 대신 저 차를 사든 반대로 저 차 대신 이 차를 사든 차는 차이다. 이때 '이 차와 저 차'를 모두 모으면 하나의 시장이나 산업, 즉 자동차산업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차도 아니고 저 차도 아닌 '용도와 기능이 다른 무엇', 예를 들어 의류는 다른 산업, 즉 섬유산업에 속하게 된다. 요약하면 비슷한 것, 대체가 가능한 것을 모으면 하나의 산업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또 학술적으로 산업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장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시장이란 '대체성을 갖는 동질적 제품들 또는 거래되는 지역이 같거나 비슷한 제품들이 생산되는 유통되는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시장의 집합'이 곧 산업이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유사성'과 '대체성'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 비슷한 것이며 어디까지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대체성이라는 용어의 의미와 유사하다는 평가의 기준을 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학에서는 여러 가지 개념과 지표를 도입한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개념인 '수요의 대체성'에 대해 알아보자.
경제학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화를 크게 대체재, 보완재, 독립재로 구분한다. 수많은 재화 가운데 두 가지의 재화를 예를 들어보자. 만일 소비자들이 두 재화 가운데 하나의 재화를 소비하면 다른 재화를 소비하지 않게 되는 경향을 보일 때, 두 재화는 대체재의 관계에 있게 된다. 즉, 하나의 재화가 다른 재화의 소비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밥을 먹으면 빵을 먹지 않기 때문에 쌀과 밀은 서로 대체재가 된다. 반대로 하나의 재화를 소비하면 다른 재화의 소비도 따라서 늘어나게 되는 경우 두 재화는 보완재가 된다. 즉, 하나의 재화가 다른 재화의 소비를 간접적으로 보조하고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커피를 마실 때 주로 설탕을 타서 마시기 때문에 커피와 설탕은 보완재의 관계를 맺고 있다. 만일 한 재화의 소비가 다른 재화의 소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두 재화는 서로 독립재가 된다.
위에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대체성'이라는 개념은 한 재화의 소비가 다른 재화의 소비를 대신하는 정도를 뜻하는 것이다. 대체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한 재화의 소비가 다른 재화의 소비를 쉽게 대신한다는 뜻이고 낮다는 것은 그 반대의 뜻이다. 그러나 앞에서 쌀과 밀이 대체 관계가 있다 또는 대체성이 높다는 것은 다분히 직관적인 판단이지 객관적인 분석에 의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체성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정략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이때 사용되는 지표가 바로 '가격탄력성'이라는 지표이다.
다음 글에서 산업의 경제학적 정의를 이어서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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